나만 이런 걸 즐겨 먹진 안는지 요즘은 비슷비슷한 형태의 이런 커피들이 이름도 구분 못 할 만큼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런 성공에 힘입어 비슷하게 생겼음에도 가격은 더욱 비싼 고급 커피들도 여럿 나와 웬만한 카페 못지않은 부담스런 가격대까지 많다.
하지만 난 돈 몇 푼 더 주고 그런 고급커피를 사먹을 만큼 미식가적 혀를 갖지 못했다.
그런데, 난 혀만 둔한 게 아니라 모든 감각이 둔해 놔서 비슷하게 생긴 이런 커피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좁은 공간에 최대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온갖 심리학적 방법까지도 다 동원한다는 편의점 운영자들이 이런 맹점을 놓칠 리 만무하다.
가격은 달라도 비슷한 제품이기에 진열대에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일 것이다.
헌데, 우리 동네 편의점은 한술 더 뜬다.
엄연히 다른 가격이기에 다른 줄을 차지해야 할 것이 가끔 섞여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종업원의 가벼운 실수이거나 나처럼 둔한 손님에 의해 어질러진 것이려니 생각하고 그냥 넘어 간다.
그런데, 이게 점점 한낱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이 되어 간다.
싼 커피 줄 사이에 비싼 커피 줄을 만들어 놓더니만,
다음에는 비싼 커피의 가격표만 이상하게 손으로 쓴 작은 글씨로 되어 있고,
그도 별로 효과가 없었던지 다음에는 아예 비싼 커피의 가격표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누가 봐도 커피 가격을 잘 아는 이가 아니면 구분하기 힘든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나의 심한 과대망상이 부른 허튼 추측일지 몰라도 나처럼 실수 잘 하고 잘 속는 인간에겐 좀 신경 쓰이는 일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오늘 마트에서도 있었다.
... 4kg-12000원, 5kg-?, 6kg-?, 7kg-16000원 ...
무슨 물건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니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가격이 위와 같이 분포하고 있었다.
4kg 이하는 너무 작고, 7kg 이상은 너무 큰 물건이었다.
근데, 5kg과 6kg의 가격표가 어디로 갔는지 없다.
어디 떨어졌나 보다 생각하고, 6kg의 물건을 고르며 비싸봐야 16000원이 넘지 않을 것이고 싸봐야 12000원은 넘을 것이라는 당연한 계산이 나온다.
이건 초등학생이 봐도 당연한 논리적 전개이고 상식적인 그런 것이다.
이보다 명료한 것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계산대를 지난 후, 영수증 위에 한 줄을 버젓이 차지한 18000원이라는 가격을 보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상식이 아니다.
그렇다. 그들은 이런 맹점을 노리는 기상천외한 사고의 소유자들임을 간과한 것이다.
물론, 물건이야 바꾸면 그만이고, 따지고 들자면 따지지 못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물건은 6kg짜리이고 돈 몇 천원 때문에 따져봐야 그들에게도 얼마든지 할 말은 있다.
가격표야 그냥 떨어진 거라고 하면 그뿐이고, 값이야 잘 나가니 비싼 거라고 하면 그뿐이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난 무지 소심하다.
하지만 내 마음속 괘심한 마음은 감출수가 없다.
아무리 눈감으면 코 배가는 세상이고,
사람의 감정적 허점이나 보편적 심리의 맹점을 파고들어 물건을 파는 게 영업의 이치일지 몰라도,
이건 해도 너무하다.
이들에겐 혀를 내두를 만한 상술(商術)은 있을지언정, 상도(商道)라는 것은 도통 찾아 볼 수 없지 않은가.
난 소심할지언정 불타는 정의감이 있기에 이런 일을 당하고 나면 두 번 다시 이런 가게나 매장을 들르지 않으리라 맹세한다.
하지만 난 역시 둔하고도 둔한 인간이다.
그런 불타던 정의감도, 마음속으로 품었던 불매(不買)의 맹세도 내일이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고,
똑같은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고 똑같은 마트를 다시 가는 그런 아둔한 소비자인 것이다.


